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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고 숨겨진 역사를 밝혀냈던 역사가 임종국은 1929년 경남 창녕에서 장남으로 태어났다. 어릴 적엔 소심하고 나약했던 그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소학교를 졸업하자 경성공립농업학교에 진학했다. 그러나 농업이 적성에 전혀 맞지 않았던 그에게 학교생활은 지옥 같았다. 이때 8.15 해방을 맞이하면서 그는 지옥 같던 학교를 탈출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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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전집 1권> 태성사 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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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업학교에서 탈출했으나, 그는 자신의 길을 제대로 찾지 못해 갈팡질팡했다. 교사가 되기 위해 경성공립사범학교에 진학하기도 했고, 서울음악전문학원에서 음악가의 꿈을 키우기도 했다. 그러다 잠시 경찰로 근무하기도 했다. 한국전쟁을 맞이해 피난 중이던 임종국은 경찰을 그만두고 1952년 고려대학교 정치학과에 입학하였다. 그러나 경제 사정으로 1954년 학교를 더 이상 다닐 수 없게 되면서 절망감 속에서 지내던 그는 문학을 자신의 안식처로 삼았다. 특히 시인 이상에 심취했던 그는 고려대학교 도서관을 비롯하여 전국의 도서관을 샅샅이 뒤져 흩어져 망실된 상태에 있던 이상 작품을 발굴해 냈고, 이를 엮어서 1956년 이상 연구의 금자탑으로 불리는 『이상전집』 세권을 내놓았다. 이처럼 철저한 자료조사와 발굴을 통해 책을 낸 것을 계기로 그는 ‘사학도’ 소리를 듣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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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파 군상> 1948년 초판

 이후 그는 신구문화사에서 『한국시인전집』을 발간하면서 한국 문인들에 대한 자료를 엄청나게 섭렵하였다. 이러한 자료의 힘을 바탕으로 그는 1965년 《서울신문》에 박노준과 함께 근대 문화 발전에 기여한 기인을 발굴해 소개하는 「흘러간 성좌」를 연재하였다. 그는 연재를 위해 자료를 모으다 『친일파군상』이란 책자를 발견했고, 이것이 결정적 계기가 되어 친일파 연구의 효시인 『친일문학론』을 저술하고자 결심하게 되었다.

 ‘1차 자료’를 중요시하던 임종국은 『친일문학론』을 쓰기 위해 고려대 도서관에서 먼지를 뒤집어쓰며 자료를 뒤졌다. 이 때 ‘1차 자료’를 중요시하는 것으로는 뒤지지 않을 문학평론가 김윤식 또한 비평사 연구를 위해 도서관에 살다시피 했다. 두 사람은 하도 오래 자료 속에 틀어박혀 있어서, 학생들이 직원인줄 알고 책 대출을 부탁해 구루마로 밀고 다니며 책을 대출해주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던 차에 자주 얼굴을 마주하게 되었고, 더러 같은 책을 보기도 하면서 둘은 친해졌으며 서로의 연구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임종국이 친일문학론을 펴내기 위해 도서관을 전전할 무렵 그에게 도움을 준 사람이 또 한명 있다. 당시 국회도서관에서 근무하던 권용태는 자신이 근무하던 국회도서관은 물론 국립중앙도서관을 임종국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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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문학론> 1966 초판

 이런 노력 끝에 드디어 당시 지배계층은 물론이거니와 내로라하는 거물들의 친일 행적을 다룬 『친일문학론』[각주:1]을 1966년 출간하였다. 최초로 친일문제를 본격적으로 탐구한 이 책은 이후 친일연구의 고전이 되었다. 그러나 이 책에 대해 서로 입을 맞추기라도 한 듯 국내 언론과 학계는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평생의 업을 찾은 임종국은 이후 삶을 마감할 때까지 친일파 연구에 매진하였다.

 이후에도 도서관에서 자료를 찾으며 연구를 계속해 나간 그는 『일제침략과 친일파』, 『실록 친일파』, 『일제하의 사상탄압』, 『한국문학의 민중사』, 『해방전후사의 인식 2』등을 출간하여 친일연구의 유일무이한 전문가로 평가받았다. 이처럼 친일연구에 혼신의 힘을 기울였던 임종국은 친일파 연구의 결정판인 10권 분량의 『친일파총사』를 집필하는 것을 마지막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벼락이 떨어져도 나는 내 서재를 뜰 수가 없다.”며 그 누구도 걷지 않는 길을 쉼 없이 달려온 그는 힘이 다해 『친일파총사』를 완성하지 못하고 1989년 폐기종으로 삶을 마감하고 만다. 그가 남긴 자료와 그 뜻을 이어받아 1991년 민족문제연구소가 설립되어 현재 그의 친일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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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에서 천안으로 거처를 옮겨 집필에 전념하던 80년 중반의 임종국 선생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참고문헌>
 

• 『임종국 평전』, 정운현, 시대의창, 2006.

• 『비도 눈도 내리지 않는 시나가와역』, 김윤식, 솔출판사, 2005.

• 『책의 탄생 1』, 김언호, 한길사, 1997.


<관련 글> : 2008/01/17 - 임종국 평전 / 정운현 지음 / 시대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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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임종국이 원고를 작성하였을 당시의 제목은 ‘식민지하의 작가들’이었다. 그러나 평화출판사에서 제목이 마음에 들지 않아 『친일문학론』으로 바꾸어 출간하였다. [본문으로]
Posted by 리브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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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국문학 - 임종국  삭제

    2008/08/22 04:45TRACKBACK FROM Daum 신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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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좋은글 잘 보고갑니다.

    2008/08/20 16:49 [ ADDR : EDIT/ DEL : REPLY ]
    • ahob 님. 안녕하세요~ 부족한 글 읽어주시고, 이렇게 댓글까지 남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2008/08/20 18:54 [ ADDR : EDIT/ DEL ]
  2. 갑갑합니다.

    선생님 가신 지 벌써 20년이 다 돼가는데도 크게 변한 것은 없고, 친일 후손 가운데 조상의 죄를 참회하고(자신이 직접 참회하지 않고 흙으로 돌아갔으니.) 더럽게 얻은 부를 독립유공자를 위해 자발적으로 내놨다는 자를 보지 못하였습니다. 심지어 대학가운데 가장 많은 국민세금을 받아 운영되는 대학의 교수라는 작자가 대중매체에 나와 일제시대를 합리화 하고 위안부를 매춘부로 매도하는 발언을 서슴치 않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이러니 일본이 과거를 돌아보고 뉘우칠 일이 없는 게 당연하지요. 다양성이란 이름아래 그런 자를 교수직에 그대로 둔다는 것도 똘레랑스가 지나친 것이 아닌가 합니다. 무릇 사람이 바르지 못하고 아는 것만 많으면 그 앎을 나쁜 일에 쓰게 마련이니 배우지 않음만 못합니다. 선생님의 평생 노력의 결과물인 친일인명사전 발간이 늦춰지고 걸레쪼가리처럼 될까 걱정이 됩니다. 국가가 당연히 해야될 일을 민간연구소에서 하고있고 그걸 방해하다니요. 좋은 글 잘 앍고 갑니다. 尋牛

    2008/08/27 16:08 [ ADDR : EDIT/ DEL : REPLY ]
    • 정말 안타깝고 갑갑한 현실입니다. 이런 현실을 깨부술 수 있는 건 임종국 선생님이 하셨듯이, 단단한 논리와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의 힘이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이 힘에 근거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진실을 알려나가야 하겠지요. <친일파총서>나 <친일인명사전>은 그런 의미에서 꼭 이뤄내야 하는 우리의 과제가 아닌가 합니다.
      댓글 감사드립니다.

      2008/08/27 16:40 [ ADDR : EDIT/ DEL ]
  3. 심판자

    서정주는 일제시절에 일제 지원병 찬가를 부르던 친일 작가에서 이승만을 찬양하는 반공 문인으로 변신해 친일 행적이 모두 면책 되었다.
    이승만이 쫓겨난 뒤에는 박정희 찬가를 열창했다.
    박정희가 총 맞아 죽자 이번에는 전두환 대통령 만들기에 나섰다.
    텔레비젼에 나와 전두환 얼굴이 달덩이 같고 인자함이 넘친다는 듣기에도 거북한 거짓말을 해대며 돈다발을 뭉터기로 챙겼다.

    한상범 지음 <박정희와 친일파의 유령들>에서

    2008/11/26 01:21 [ ADDR : EDIT/ DEL : REPLY ]
    • 서정주야말로 대표적이고 가장 적극적으로 친일, 매국을 한 인물이죠.

      2008/11/26 09:08 [ ADDR : EDIT/ DE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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