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뒤 귀국하여 예일대 법대에서 법학박사를 취득한 그는 래드클리프, 하버드에서 미국사 강의를 할 기회를 가지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1944년부터 시카고대학의 역사학과 교수로 25년간 재직하게 된다. 사회사라고 하는 독특한 분야에 관심을 기울였던 그는 1958년, 1965년, 1973년 세 차례에 걸쳐 3부작으로 『미국인들』이라는 저서를 발표했다. 미국사를 정치ㆍ군사적인 연대기가 아닌 식민지 경험으로 시작해 국가적 경험, 민주주의적 경험의 연속으로 이해하는 독특한 시각으로 쓴 이 책으로 큰 주목을 받은 그는 1973년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로마 대학, 제네바 대학, 교토 대학, 소르본느 대학, 케임브리지 대학 등 세계 여러 대학에서 객원교수로도 활약하며 미국사를 강의했던 그는 1969년 교수직을 그만두고 워싱턴으로 이주하여 스미소니언 협회의 미국국립역사박물관 관장으로 일을 했다. 그리고 1975년에는 제12대 미국의회도서관장으로 취임하게 되었다. 그러나 임명 당시 미국도서관협회는 부어스틴이 전문 사서가 아니라는 이유로 반대했으며, 하원 흑인위원회도 부어스틴이 평소 흑인 인권에 냉담했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그러나 그런 반대에도 불구하고 부어스틴은 만장일치로 상원의 인준을 받았다.
미의회도서관 관장이 되고 그가 처음 주장한 것은 도서관 건물의 육중한 문들을 열어 두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나중에 이렇게 회고했다. "당국자들은 통풍구를 만드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좋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바로 그겁니다.'" 의회도서관이 활발한 지식의 소통 역할을 하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곳이 되기를 바랐던 것이다.
그는 일반인이 미의회도서관을 보다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여러 개혁적인 조치를 취했다. 도서관 내에 도서 센터(Center for the Book)를 설치하여 독서문화 진흥에 힘썼고, 10년에 걸쳐 미의회도서관 주 건물인 토머스 제퍼슨 빌딩의 복원 및 리노베이션 사업을 이끌었다. 그 결과 미의회도서관의 이용자 수는 몇 년 안에 2배로 늘었고, 1982년엔 2백만 명을 돌파했다. 그는 또한 도서관은 ‘심각하지만 경건하지는 않은’ 장소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도서관을 보다 부드러운 공간으로 만들려 노력했다.
부어스틴은 도서관장으로 일하면서도 꾸준히 역사를 연구하고 책을 발표했다. 인류의 역사를 창조적 혁신가들과 기성 질서를 고수하려는 사람들 사이의 갈등으로 파악하려 했던 그는 서양의 지성사를 탐험한 3부작 중 첫 번째로 1983년 『발견자들』을 발표했다. 이 책은 베스트셀러 목록에 6개월이나 올랐다. 그는 1987년 미의회도서관 관장에서 물러난 뒤에도 계속된 역사연구로 『창조자들(1993)』, 『탐구자들(1998)』을 발표하여 이 3부작을 완성하였고, 미의회도서관의 훌륭한 자료들이 없었다면 이 3부작을 완성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을 아마추어 역사가라고 자평한 부어스틴은 평생 20여권의 저서를 통해 일반인들에게 쉽고도 흥미로우면서 깊이 있는 역사를 전달하고자 했다. 이런 공로로 미국 서적협회가 수여하는 최고상을 수상하였고, 프랑스, 벨기에, 포르투갈, 일본 정부로부터 훈장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역사의 대중화와 미의회도서관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한 부어스틴은 2004년 89세에 폐렴으로 세상을 떠났다.
<참고자료>
• 『발견자들』, 대니얼 J. 부어스틴, 이성범 옮김, 범양사, 1987.
• 『이미지와의 전쟁』, 강준만, 개마고원, 2000.
• 『클레오파트라의 코』, 대니얼 J. 부어스틴, 정영목 옮김, 문예출판사, 1996.
• 『탐구자들』, 대니얼 J. 부어스틴, 강정인ㆍ전재호 옮김, 세종서적,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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