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2. 30. 16:18
시대의 사기꾼
사라 버튼 지음, 채계병 옮김/이카루스미디어



 이 책의 원제는 ‘타인을 사칭하는 사기꾼이나 협잡꾼’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Impostors”이다. 다양한 사칭 사기꾼 - 학력이나 신분을 속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일련의 사건들에 비겨 생각해봄직한 두어 가지의 화두를 던지고 있다는 점이 눈여겨 볼만하다.

 먼저, 작가는 우리가 상대방을 평가함에 있어 지나치게 “상징”에 의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고래로 우리에게 상대방의 신분을 확인함에 있어 확실한 물증이 되어주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복장이다. 이는 제도적으로 신분에 따른 복장이 통제되었던 까닭인데, 재미있는 것은 복장의 자유가 보장되고 있는 현대에도 어느 정도는 통용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가령, 병원에서 흰 가운을 입고 있는 사람을 만난다면 우리는 그 사람이 당연히 의사일 거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신분을 확인하는 또 하나의 상징은 문서인데, 복장과 더불어 위조와 변조가 어렵지 않아 쉽게 속일 수 있음에도 우리는 지나치게 맹신하여 속는다고 한다.

 또한, 우리 사회가 진정 능력으로 평가하여 평등한 기회가 주어지는가에 대해 물으며, 불평등한 기회를 가졌던 사칭자들의 예를 들고 있다. 물리학 교수를 사칭했던 ‘마빈 휴위’나 법학 및 신학 교수, 의사 등 다양한 사칭의 이력을 가진 ‘위대한 사칭자, 데마라’, 그리고 평생을 남자로 속이고 살았던 의사 ‘완벽한 남자, 제임스 배리’ 등. 그들은 비록 신분이나 경력은 속였을지언정 실력만은 속이지 않았다고 말한다. 단적으로 진실이 밝혀진 이후에도 주위의 사람들이 그들의 능력을 의심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들을 적극 옹호했다는 사실을 언급하고 있다.

 이 책에서 작가는 단순히 돈을 노린 낮은 수준의 사칭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지위나 명예, 혹은 개인의 성취를 목적으로 어쩔 수 없이(?) 사칭을 실행하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골라 모았다. 결과적으로 우리사회가 지나치게 학벌위주로 가고 있지는 않은지, 정당하게 능력으로 평가받아야 되는 것은 아닌지, 한 번쯤 되돌아보게 한다.

 글을 맺으면서 이중적 정체성을 가진 초인간적 영웅들도 일종의 사칭자들이라고 분석하고 있는 점은 꽤나 흥미롭다. 예를 들어, 네르디 신문기자 ‘클라크 켄트’를 가장한 슈퍼맨이나 존경할만한 백만장자 ‘부르스 웨인’이라는 가면을 쓴 배트맨, 사진기자 ‘피터 파크’의 신분을 가진 스파이더맨에 이르기까지 엄밀한 의미에서는 모두가 사칭자들이라는 것이다.


※ 이 책은 동대문구정보화도서관 종합자료1관(2층)에서 빌려 볼 수 있어요. <-- 클릭

by 발광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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