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2. 31. 09:25

2010년이 저물어 갑니다. 뭐 해가 저물어 가는 것이 어제 오늘 일도 아니고 새삼스러울 일은 없습니다. 하지만 왠지 딱 떨어지는 해는 뭔가 의미를 더 부여하고픈 마음이 드네요. 80년대, 90년대, 2000년대 하는 것처럼. 그래서 방치상태로 두고 있던 블로그에 불현듯 글 하나를 쓰게 되었습니다.

도서관 중독자가 한 해를 마감하며 쓰는 글이라야 뻔합니다. 올해의 책을 꼽씹어 보는 것!
<정의란 무엇인가> 같은 책들이 대박을 터뜨리며, 각 서점이나 언론사에서 올해의 책으로 꼽히고 있지만, 도서관 중독자는 이번에도 그딴 건 신경쓰지 않고 올해의 책을 뽑았습니다. 총 10권이며, 순서는 제가 올해의 책으로 기억해 낸 순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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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고전 강의
강유원 지음/라티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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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책으로 가장 먼저 떠오른 책입니다. 2009년, 10개월 동안 동대문구정보화도서관에서 강유원 선생님의 강의로 진행했던 '인문 고전 강의'가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져 나왔기 때문입니다. 요즘 시대는 '글을 읽는 힘', '생각하는 힘' 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온통 화려한 미사여구로 분칠할 줄만 알 뿐입니다. 이 책은 그런 추세에 반해, 모범을 보주는 책입니다. 책은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쉬운 것은 아닙니다. 글 한 자 한 자 촘촘히 읽고 머리에 땀흘리며 공부한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는, 2000년이 훌쩍 넘는 세월을 하나로 꿰는 고전의 지혜들이 응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통해 '오래된 지식, 새로운 지혜'를 만날 준비를 쌓아보십시오. 그 다음 우리가 매번 '읽어야 겠다고 생각만 했던 인문 고전'들을 직접 읽을 수 있는 용기가 생길 것입니다. 그런 '용기'와 '힘'을 주는 것이 바로 이 책입니다.


낭비와 욕망
수전 스트레서 지음, 김승진 옮김/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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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리를 벗어난 것은 쓰레기가 아니라, ‘낭비와 욕망’에 물든 우리 자신임을 알게 해주는 책입니다. 산업사회와 소비문화를 '쓰레기'를 통해 역사적으로 살펴 봄으로써 우리가 함께 잃어버리고 있는 성찰할 수 있게 해 주는 책이지요. 단지 쓰레기로 인한 환경파괴와 소비문화 이야기만을 들려주는 책은 아닙니다. 
 부끄럽지만 경향신문의 '책읽는 경향'에 이 책의 서평을 기고하기도 했습니다. =.= 이 책과 함께 리차드 세넷의 <장인>을 읽으면 좋을 것 같네요. <장인>은 아직 읽지 못해서 올해의 책에서는 제외되었습니다.



사과가 가르쳐 준 것
기무라 아키노리 지음, 최성현 옮김/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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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아무리 애써도 사과 꽃 한 송이 피울 수 없어요. 나락을 맺게 하는 것은 벼이고, 사과가 열리게 하는 것은 사과나무입니다." 기적의 사과로 유명해진 일본의 농부이자 이 책의 저자인 기무라 아키노리의 깊은 철학을 느낄 수 있는 책입니다. 10년동안 사과의 힘을 믿고 기다려온 저자의 뚝심은 미련스럽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그가 기다리고 꾸준히 자신의 길을 걸어간 결과는 약을 전혀 치지 않고 썩지 않는 '기적의 사과' 였습니다. 자신의 능력으로 우주의 질서를 파악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교만한 의지로 뭉친 것이 인간임을 깨닫게 해주는 훌륭한 책입니다.


분류의 역사
알렉스 라이트 지음, 김익현.김지연 옮김/디지털미디어리서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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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사서이다보니 자연스럽게 분류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그러나 가만 생각해보면 도서관 사서나 전문가만이 분류를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일상에서도 자주 나름대로의 분류를 하기 마련입니다. 이 책의 표지에 써 있는 '분류는 본능이다, 권력이다, 역사다.'란 말은 이를 잘 표현해 줍니다. 그렇게 항상 인류의 곁에 있었던 분류의 역사를 살펴보면, 인류의 지성사도 함께 보게 됩니다. '분류'란 행위에는 인류가 생각한 온갖 개념과 권력, 생각 들이 응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분류의 역사를 꿰뚫는 책이 거의 없었서 아쉬웠는데, 참 반가운 책이었습니다.


이반 일리치와 나눈 대화
데이비드 케일리 외 지음, 권루시안(권국성) 옮김/물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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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치 빠로서 너무나 반가웠던 책입니다. '이반 일리히'라는 잘못된 호칭을 바로 잡은 것만으로도 반가웠지만, 일리치 사상의 정수를 보여준다는 데서 의미있는 책입니다. 일리치를 학교, 병원, 개발 등 근대사회를 비판한 사람으로만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일리치는 비판의 핵심은 그 체제가 앗아가는 '인간다움'과 그것의 회복에 있습니다. 그것을 잘 보여주는 것이 이 책입니다. 읽기 어려운 다른 일리치 책들에 비해, 이 책은 데이비드 케일리와의 대담 형식으로 이뤄져 있어 이해가 쉬운 것도 장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 관련글 - 이반 일리치를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2008/10/29 - 도서관을 인류를 구할 도구로 생각하다, 이반 일리치
   2010/01/06 - 도서관에서만 만날 수 있는 책 이야기 - 이반 일리치의 책들


내가 살던 용산
김성희 외 지음/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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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올해의 책을 꼽아보기 위해 이 책을 다시 읽어봤습니다. 처음 읽었을 때보다도 더 가슴이 먹먹해 졌습니다. 우리 사회의 가장 밑바닥에 내몰린 사람들이 최소한의 '인간다움'을 보장 받으며 살 수는 없는걸까요? 이 만화가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지만, 실제 현실은 더 참담할 것입니다. 대학시절 잠깐 옆에서나마 지켜봤던 철거민들의 삶과 투쟁이 떠올랐습니다. 절망의 끝에 내몰리고서도, 항상 밝은 웃음으로 우리를 맞이해 주셨던 그 분들. 개발과 성장이라는 괴물의 흉악함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용산'은 우리가 절대로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나는 공산주의자다 1
허영철 원작, 박건웅 만화/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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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향 장기수 허영철 선생님의 삶을 그린 만화책입니다. 이 책이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안타깝게도 허영철 선생님이 별세하셨지요. 비전향 장기수를 다룬 책들이 여럿 있지만, 이렇게 책 제목에 버젓이 '나는 공산주의자다'라고 내세운 것은 놀라운 일입니다. 아직 우리 사회에서 '공산주의'는 금기 중의 금기이기 때문입니다. 보리 출판사 윤구병 대표의 대범함과 뚝심이 돋보입니다. 게다가 만화 <꽃> 때부터 좋아하던 박건웅 작가의 만화이니, 올해의 책으로 뽑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리영희 평전
김삼웅 지음/책으로보는세상(책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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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영희 선생님은 돌아가신 송건호 선생님과 함께 제가 제일 존경하던 분이셨습니다. 송건호 선생님처럼 리영희 선생님도 '선비'셨습니다. 누구보다 학식과 명망이 높았지만 수많은 유혹에도 벼슬을 하지 않았고, 행동과 예절이 바르며 의리와 원칙을 지키고 관직과 재물을 탐내지 않으셨죠. 리영희 선생님은 무슨 운동가도 정치가도 아니셨습니다. 그냥 마땅한 것, 진실인 것을 묵묵히 쫓아가셨던 분입니다. '사상의 은사'는 사람들이 붙여주었지만, 본인은 그런 호칭은 전혀 신경쓰지 않으셨을 것입니다. 이제 이런 고결한 '선비'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요? 선비의 길을 뛰쫓는 김삼웅 선생님이 쓴 이 책을 통해서나마 그 참된 선비정신을 되새기고 배울 수 있을 뿐입니다. 



쉿! 도서관의 비밀을 지켜 줘
이만순 지음, 최정인 그림/토토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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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도서관의 책들이 사라졌다
이학건 지음, 양은아 그림/토토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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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민망하지만, 이 두 책을 올해의 책으로 뽑을 수 밖에 없네요. 모두 제가 일하고 있는 동대문구정보화도서관에서 나온 책이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쉿! 도서관의 비밀을 지켜 줘>는 이 블로그에도 연재했던 '도서관 인물열전'의 어린이 판입니다. 참고로 제 아내가 어린이들이 재미있기 읽을 수 있도록 썼답니다. ^^; 이 책의 목적은 도서관이 단지 책과 공부만 있는 곳이 아니라, 삶의 다양함이 스며든 곳이란 것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였답니다.
 다음으로 <앗! 도서관의 책들이 사라졌다>는 블로그 공동운영자이기 하신 발광문정, 바로 우리 도서관 운영과장님께서 쓴 동화책입니다. 세상 모든 책을 없애려는 '북북단'에 맞서 책과 도서관을 지키려는 도영이의 모험을 다룬 동화지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좋은 책들을 읽을 수 있는 도서관이 곁에 있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아이들에게 알려주기 위한 책이랍니다.





이상 도서관 중독자, 리브홀릭이 뽑은 2010년 최고의 책이었습니다.
뭐 제 멋대로 뽑은 책들이라서 공감하실런지는 모르겠지만요. ㅡ,ㅡa



by 리브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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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리브홀릭
2010. 3. 25. 13:44

여자는 연애, 남자는 전쟁
도서관 남녀탐구생활





“남자, 여자 몰라요. 여자도 남자 몰라요. 사소한 것 하나부터 너무나 다른 남녀, 도서관에서 빌려본 책이에요.”

  요즈음 장안에는 ‘롤러코스터, 남녀탐구생활’이라는 케이블 채널의 프로그램 하나가 화제다. 일상의 소소한 것들을 통해 남녀의 행동과 반응들을 보여주며 그 속에 숨겨진 남녀 심리의 차이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자신과 같은 동성의 행동 패턴들을 보면서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공감하기도 하고, 이성의 전혀 다른 반응에는 폭소와 경악을 금치 못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그 내용들을 정리한 같은 제목의 책 《남녀탐구생활》(에디터, 2010)이 ‘남자, 여자의 세포까지 탐색하는 청춘 레이저 탐지기’라는 부제를 달고 나왔는데 꽤나 인기가 있다.

  여자와 남자, 그리고 남성과 여성은 분명 다르다. 그리고 또 서로가 서로를 많이들 모르기도 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책 중에 존 그레이의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친구, 2003)는 스테디셀러가 된 지 이미 오래다.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는 《말을 듣지 않는 남자 지도를 읽지 못하는 여자》(가야넷, 2005)라는 책이 떠오르기도 한다.


여자와 남자는 정말 달라, 서로가 서로를 너무 몰라

  그렇다면, 도서관 회원들은 어떨까? 혹여, 책 읽기의 취향이 서로 다른 것은 아닌지. 도서관에서 빌려보는 책에 어떤 차이라도 있지는 않은지.

남자와 여자, 도서관에서 읽는 책이 어떻게 다를까?

분 야

여자 대출 1위

대출 횟수

남자 대출 1위

대출 횟수

종 교

 아름다운 마무리

34

 만들어진 신

21

자기계발

 시크릿

81

 주식투자란 무엇인가

108

순수과학

 수학 귀신

21

 이기적 유전자

33

문 학

 신: 베르나르 베르베르

266

 태백산맥

139

 

  책 읽기에도 남녀 간의 차이는 분명 있었다. 작년 한 해 동안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책들을 살펴보니, 그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가령, 문학 책을 예로 들면 여자들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을 주로 읽었지만, 남자들은 조정래의 《태백산맥》을 즐겨 읽었다. 남녀가 각각 자기계발서를 고른다고 가정해보자. 당신이 남성이라면 박경철의 《시골의사의 주식투자란 무엇인가》를 읽겠지만, 만일 당신이 여성이라면 론다 번의 《시크릿》에 먼저 손길이 갈 것임에 분명하다.

여자들은 도서관에서 어떤 책을 많이 읽었을까?

순위

서명

여성 대출 횟수

남성 대출 횟수

1

 궁(宮)

221

24

2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107

11

3

 트와일라잇

107

15

4

 뉴문

107

12


  여자들이 많이 빌려본 책들은 드라마 방영이나 영화 개봉에 힘입은 바도 있겠지만, 대부분 ‘연애 이야기’라는 공통점이 포착된다. ‘트와일라잇 시리즈’ 《이클립스》와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달콤한 나의 도시》 등도 보이는데, 역시 비슷비슷하다.

남자들은 도서관에서 어떤 책을 많이 읽었을까? 

순위

서명

남성 대출 횟수

여성 대출 횟수

1

 대륙의 별

125

10

2

 사조영웅전

121

33

3

 의천도룡기

112

26

4

 영웅

105

23

 

  남자들이 많이 대출한 책들은 김용의 무협소설로 대표되는 ‘전쟁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 《초한지》, 《신조협려》, 《열국지》, 김홍신의 《대발해》, 《도쿠가와 이에야스》, 그리고 《폴라리스 랩소디》 등도 있었는데, 이 역시 크게 다르지는 않다.


남자들 전쟁소설만 읽어요, 여자들 왕자님만 기다려요

  남녀의 책 읽기 취향은 같은 책을 빌려본 횟수에서 적게는 4~5배에서 많게는 10배 이상까지 그 차이를 보였다. 아직까지 소년, 소녀적 감수성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까닭일까? 전쟁과 연애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대출 행태가 너무나도 안타까운 나머지 도서관 사서들은(ID. 내구름, 발광문정) 개탄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남자들은 아직도 땅따먹기 시대에 살고 있는지 도대체 감성을 채울 생각은 하지 않고 전쟁 소설만 읽고 있어요. 자신이 시대만 잘 타고 났으면 장군쯤이라도 되었을 거라고 생각하나 봐요.”

  “여자들은 아직도 순정만화를 읽던 소녀 시절에 머물러 있는지 어디선가 나타날 백마 탄 왕자님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어요. 자신의 미래를 만드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는 사실을 믿지 않나 봐요.”

  도서관에 대한 환상이 무너지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는 듯하다. 하지만, 너무 마음 상하거나 아쉬워 할 필요는 없다. 선진국의 도서관들도 세태는 크게 다르지가 않고, 일반적으로 도서관의 대출 순위가 서점의 베스트셀러 순위를 시기를 두고 좇아간다는 것이 통설이니 말이다. 못내 아쉬움이 남는다면 다음 호를 기약해야 하겠다. 그래도 도서관이기에 조금은 다른 무엇, 서점과는 구별되는 도서관의 그 무엇을 보여드릴 참이니… (^^;;).



by 발광문정 & 보리차

* 이 글은 <라이브러리&리브로 2010년 2월호>에 기고한 글을 수정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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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1. 23. 16:39

'도서관 사서' 사용설명서 



1.
고등학교 시절, 존경해마지 않던 선생님께 꽤나 충격적인 발언을 들었던 기억이 있다.

"흔히, 선생은 제자들을 편애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하지만, 솔직히 선생도 편애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선생님은 언제나 하해와 같은 마음으로 모든 제자들을 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나로서는 적지 않은 놀라움이었다. 물론, 시간이 한참 흐른 후에야 선생님의 참뜻을 이해할 수 있었지만..

당시, 선생님께서는 그 말씀에 이어 당신은 외모나 성적 등으로 편애를 하지는 않는다, 열심히 하는 모습과 성실한 태도 등의 한결같은 모습, 그런 학생들을 보면 어떻게 편애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라고 반문하셨다.

선생님의 그 발언이 있은 후, 같은 반의 거의 모든 학생들은 선생님의 편애(?)를 받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고, 어느덧 우리 학급은 모범 학급 수준이 되어 있었다. 물론, 선생님은 편애 따위는 하지 않으셨다. 모든 학생들을 사랑하셨다, 처음부터.


2.
치사스러운 이야기 하나를 고백하려고 한다.
그것이 무엇인고 허니, "나는 예의를 갖춘 도서관 회원들을 편애한다."는 사실이다.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도 고운 법이니, 예의를 갖춘 사람에게 호감을 가지는 게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이 스스로를 위한 변명 아닌 변명이다.
여기에는 어떠한 복선도 없으며, 솔직한 개인의 양심 고백이다. ㅡ0ㅡ;;


3.
예전에 어느 전문도서관에서 근무했을 때의 일이다.

그 때 나는 굉장히 어린 사서 였다. 거의 햇병아리 수준이었는데, 대부분의 박사님들은 아이 다루듯 나를 대했다. 호칭은 대개 "아무개야", "아무개 씨"였고, 더러는 "어이~!" 하고 부르기도 했는데, 그렇게 불리는 것에 어느덧 꽤나 익숙해져 버린 상태였다.

한 번은 특이하게도(?) "이 선생님"이라고 불러주는 박사님을 만나게 된 일이 있었다. 처음에는 '이 분이 나에게 뭔가 아쉬운(??) 일이 있어 그런가보다.' 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여하간, 까닭이야 어찌 되었건... 내가 그 분에게 굉장한 호감을 가지게 된 것은 나로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얼마 후, 박사님은 나에게 당신이 진행하고 있던 연구에 필요한 자료를 요청했는데, 나는 혼신의 힘을 기울여 필요한 자료를 찾아 날랐다, 그것도 기쁜 마음으로.

그리고 몇 달이 지났다.
박사님의 연구결과가 책으로 출간되었는데, 머리말에는 이런 문구가 눈에 띄었다.


"끝으로 이 책이 나오기까지 많은 도움을 준... 아무개, 아무개... 그리고, 이 책을 쓰는데 거의 절대적으로 도움을 받은 도서관의 사서들에게 감사한다."


아, 내가 어떻게 이런 분에게 헌신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시간이 흐르고, 그곳을 떠난 지금까지도.. 나는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그 때의 그 문구를 되뇌이며 견뎌내고는 한다.
"절대적인 도움에 감사"
"절대적인 도움에 감사"
"절대적인 도움에 감사"...


4.
보고서를 잘 쓰고 싶다면, 논문을 잘 쓰고 싶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는 《논문 잘 쓰는 방법(열린책들, 2001)》이라는 책을 통해 "도서관 사서를 잘 활용~!!"하는 것이 좋은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동대문구정보화도서관에서 이 책 보기, 인터넷 서점에서 보기



엥? 도서관 사서를 잘 활용하라구?
에코는 자료를 조사할 때, 도서관에서 도서목록이나 참고문헌 목록들을 검색하거나 도서관 상호대차를 활용하는 등의 다양한 방법을 소개하면서 더불어 '도서관 사서를 잘 활용해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자세한 내용을 옮겨보면 이렇다.

 소심함을 극복해야 한다. 종종 사서는 여러분에게 확실한 충고를 해줌으로써 시간을 절약하도록 해준다.

 (일이 많아 바쁘거나 신경질적인 책임자의 경우를 제외하고) 도서관의 책임자는, 특히 작은 도서관일수록, 다음의 두 가지, 즉 자신의 박식함과 기억력, 그리고 자기 도서관의 풍부함을 보여줄 수 있을 때, 아주 행복해 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도서관이 변두리에 있고 또 찾는 사람이 없을수록, 책임자는 그 도서관이 인정받지 못하는 데 대한 불만감에 괴로워한다.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은 그런 책임자를 즐겁게 해준다.
 

                           -  [논문 잘 쓰는 방법(움베르토 에코, 열린책들. 2001)] 中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도서관 사서의 입장에서 본다면 다소 과장된 부분이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굉장히 진실에 근접해 있다고 이야기 할 수는 있을 듯하다.

도서관 사서도 사람이다 보니, 자신을 존중해주는 사람을 만나면 보다 적극적으로 대할 수 밖에 없다. 물론, 그렇다고 도서관 사서에게 굽신거려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럴 필요도 없다. 어른다고 해야 할까, 구슬린다고 해야 할까? 오히려, 그 편에 가깝다고 이해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5.
밖에서는 평온해 보이겠지만, 생각보다 도서관 사서는 험한(?) 꼴을 꽤나 많이 당하는 직업이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당신이 생각할 수 있는 것보다는 자주! 하대를 당하거나, 험한 말을 듣게 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특히, 신출내기 사서나 여성 사서들에게 더욱 잦은 것으로 보이는데... 믿지 않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멱살까지 잡혀 본 일이 있다. (-_-;;)

같은 도서관에 근무하고 있는 다아림 님의 표현처럼...
도서관 사서는 "사람을 물거나 해치지 않습니다. 따뜻하게 대해주세요." 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러면 당신은 더욱 존중받을 것이고,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을테니 말이다. (^^;;)



by 발광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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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1. 21. 15:07
사랑은 결코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는 것...
Love means never having to say you're sorry


이 대사로 기억되는, 소설 《러브 스토리 (Love Story, 1970)》의 작가 에릭 시걸이
 지난 17일 심장발작으로 별세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 에릭 시걸(Erich Wolf Segal) ⓒ Daum, 인물정보


안타깝고도 슬픈 일을 접하고 나니
문득, 그의 대표작 《러브 스토리》의 한 대목이 떠오릅니다.


러브 스토리
에릭 시걸 지음, 황보석 옮김/문예출판사



 그것은 바로 주인공인 올리버와 제니퍼가 처음으로 만나는 장면입니다.
둘은 한 장소에서 마주하게 되는데요. 그곳이 어디냐 하면?
바로 도서관, 정확히는 래드클리프 대학 도서관입니다.


여자 주인공인 제니퍼는 그곳에서 도서관 아르바이트생으로
(더 정확히 말하자면, Library Clerk 혹은 Librarian Assistant 정도가 아닐까 싶네요.)
일하던 중... 남자 주인공인 올리버를 만나게 됩니다.


 4학년 가을 학기에 나는 래드클리프 대학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버릇이 들었다. 그 건방진 여학생을 보고 싶었다는 건 인정하겠지만, 꼭 그녀를 곁눈질하려는 것만은 아니었다. 사실 그곳은 조용했고, 아무도 내게 아는 척을 하지 않았고, 책이 대출되어 나가 있는 일도 더 적었다.

 그런데 언젠가 역사 시험을 치르기 하루 전날, 그때까지도 나는 목록에 적힌 책을 단 한 권도 구해 읽지 못하고 있었다. 그것이 하버드 대학의 고질병이긴 했지만. 나는 다음 날 치를 시험에서 나를 구해줄 두툼한 책들 중 한 권을 구하려고 어슬렁어슬렁 대출계로 다가갔다. 두 여학생이 그 일을 맡아보고 있었다. 하나는 뻗정한 키에 누구하고라도 테니스를 칠 것 같은 타입이었고, 다른 하나는 안경을 걸친 생쥐 타입이었다. 나는 네눈박이 생쥐를 찍기로 했다.

"《중세의 몰락》이라는 책이 있습니까?"

 그녀가 곱지 않은 눈길로 나를 흘끗 올려다보았다.


"댁의 학교에도 도서관이 있지 않나요?"

"이거 보쇼. 하버드대생은 래드클리프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게 되어 있단 말요."
"그렇고 아니고를 따지자는 게 아니라, 이건 양심 문제라구요. 그쪽엔 오백만 권이나 있쟎아요. 우린 겨우 몇 천 권밖에 안 되고."


둘이 도서관에서 만나는 장면도 흥미롭지만, 다른 한 가지도 눈에 띄네요.
바로 대사 중에 하버드 대학 도서관 장서가 500 만권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에릭 시걸이 처녀작인 이 작품을 쓴 것은 1970년인데 대단한 숫자입니다.
우리나라는 최대 규모라고 하는 서울대학교 도서관의 장서도 작년말 기준
400 만권(정확히는 3,832,577권)이 되지 않는것이 현실인데 말이예요..... ㅠㅠ
하버드 대학 도서관의 현재 장서는 약 1,600 만권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잡설은 이만 하고, 그의 유작이나 영화를 다시금 음미하며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러브 스토리 (Love Story, 1970) DVD 표지
동대문구정보화도서관에서 이 영화를 보실 수 있어요.


by 발광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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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1. 13. 19:02
책을 만난 일본 여행, 1 - 오사카

 
  몇 해 전, 일본 여행을 서너차례 다녀온 일이 있습니다. 언젠가 한 번 정리해야지.. 하다가 몇 해가 흘러버렸네요.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말도 있으니, 이 참에 정리를 겸하여 사진 몇 장을 갈무리합니다.


1. 응? 여기가 어디..??


오..!! 이토록 므흣한 장면이 연출되고 있는 이 도서관은 도대체 어디일까요?


어느 학교의 광고입니다.
오사카에서 처음으로 오른 지하철에서 만난 광고에 도서관이 있어 반가운 마음에 담았습니다.
ㅋㅋㅋㅋ



2. 한큐 고서점 거리 (阪急古書のまち)


오사카 역 근처에 있는 '한큐 고서점 거리'에 가봤습니다.
헌책방 거리를 생각하고 갔는데, 완전 헛다리 짚었습니다. (-_-;)
사진의 오른쪽에 보이는 '앤틱 북스(Antique Books)'라는 표현이 더욱 적절한 것 같습니다.
헌책방보다는 앤틱 느낌이 강하더라구요.
그리고..


일본의 고서점 찾아가는 길 (1997), 표지 ⓒ 신한미디어

소문난 '길치'가, 그것도 처음 가는 동네에서.. 고서점 거리를 단번에 찾아낼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이 책의 덕분입니다.
정말 자세하게 안내를 잘 해두었더군요.
이런 책을 쓴 사람도 참 대단하고,
우리 나라에 이 책이 번역되어 나와있다는 것도 참 신기합니다. ^^;;
이래저래 고마운 일입니다. ^^;;


상가 안내도인데요, 1층의 대부분이 고서점이군요.







고서하면.. 퀘퀘한 냄새와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기 마련인데요,
정갈하게 잘 정리해놓은 것이 너무 좋은 느낌을 주네요.
흡사 박물관의 진열장을 보는 듯한 착각마저 불러 일으킵니다.



한참동안 서서 바라보며 고민만 하다가 결국은 구입하지 못한 책.
웬지모를 간지가 느껴지는 일본 고서, 그리고 그림 많은 책이 좋지요. ㅋㅋ


3. 츠타야 도톤보리점 (TSUTAYA, 道頓堀)

츠타야 도톤보리점은 책을 비롯하여 CD와 DVD 등을 함께 판매하는
일종의 서점이라고 할 수 있으려나? 복합매장 같은 곳입니다.
한큐 고서점 거리에서 책을 구입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워..
이 곳에서는 큰 맘 먹고 무언가 한 가지를 구입해 보기로 합니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1. 8. 16:08
신간 94% 평균 3.5일 만에 대출
따끈따끈한 새 책이 좋아


 도서관에서 일하는 사람들끼리 통하는 ‘도서관을 구성하는 3요소’라는 표현이 있다. 도서관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한 것들을 말하는데, 여기에는 도서관의 건물과 직원, 그리고 책과 자료들이
포함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세 가지야말로 도서관의 역할과 이미지, 그리고 서비스에 대해 평가
절하하게 만드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 있다. 도서관이 멀리 있고 시설이 불편
하여 방문객들의 불만을 낳고, 직원들의 불친절은 시민들의 불쾌감으로 이어진단다. 게다가 도서관의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치명적인 불평 한 가지가 더 있는데, 바로 도서관에 책이 없다는 것이다.

출처 http://203.241.185.12/stork.html


도서관에 읽고 싶은 책, 읽을 만한 책이 없다?

 도서관에 책이 없다고? 각 도서관에는 적어도 수 만권의 책들이 있고, 해마다 최소한 기천여권의 책을 사들이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종종 도서관에 책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고, 또 보게
된다. 사실, 우리가 쉽게 내뱉고 듣게 되는 ‘도서관에 책이 없다’는 이야기 속에는 서로 다른 두
가지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우리나라 공공도서관 전체의 1년 책 구입 예산은 미국 일개 유명 대학도서관의 그것에도 미치지
못한다. 우리 공공도서관의 책 수는 국민 1인당 1.2권에 불과하다.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들어
온, 식상하다 못해 진부한 이 이야기들이 우리가 숫자와 시각으로 느끼고, 이성적으로 지각하는
부족함이다.


 하지만 여간해서는 언급되지 않는 이야기가 하나 더 있다. 그것은 도서관에 ‘읽고 싶은 책, 읽을 만한 책이 없다’는 것이다. 이 부분이야말로 도서관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입장에서는 더 본질적이고 심각한 문제로 비춰질지도 모르겠다. 피부와 촉각으로 느끼고, 감정적으로 지각하는 빈곤함의 정체이므로.

출처 http://203.241.185.12/stork.html


새 책 중 열에 아홉은 사흘 반나절 만에 대출!

 그렇다면 시민들이 말하는 읽고 싶은 책이란, 읽을 만한 책이란 뭘까? 우리는 그것이 아마도 ‘새 책’ 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도서관은 새 책을 가능한 빨리 들여놓기 위한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먼저, 원하는 책을 신청하면 가능한 2~3일 이내에 받아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꽤나 호응이 좋다. 도서관 홈페이지 게시판에서 간혹 책 구입에 대한 칭찬과 격려의 글을 만날 수 있는데, 행복한 기분을 안겨준다.

 “신청한지 2~3일밖에 안 된 것 같은데 그새 입고되었다는 예약문자를 보고 얼마나 기쁘던지~ 감사 드립니다.”

 “얼마 전 희망도서를 신청하였는데 … 예상 밖에 빨리 도착하여 잘 읽었습니다.”






 새롭게 출간된 책도 가급적 1주일 이내에 도서관에 비치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데,  우리는 이를 일러 ‘원 위크 시스템 - 1(one) week system’ 이라 한다. 이 시스템을 운영하면서도 약간의 회의는 있는데, 그것은 ‘과연, 이 책들을 보기는 하는 걸까?’라는 부분이다.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확인을 해보았더니 결과가 아주 놀라웠다. 도서관에서 들여 놓은 새 책들 중 94%가 들어온 그 달에 대출되고 있었다. 그것도 대부분이 도착한 지 1주일 이내에 대출되어 나갔다. 평균을 내보면 3.5일이 되는데, 사흘하고 반나절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도서관에 들어온 그 달치 새 책 중 열에 아홉은 회원들의 손에 들려 나간다는 이야기가 된다.

 도서관이 오랜 세월동안 축적해온 지식의 보고와도 같은 책들, 고전의 향기에 취할 수 있도록 해주는 그 책들, 모두 모두 소중하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도서관에 필요한 것이 새 책이다. 이것이 사람들을 도서관으로 오게 하고, 또한 책을 읽게 하는 힘이 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하므로 도서관에는 새 책, 그것도 잉크 냄새조차 채 가시지 않았을 정도의 아주 따끈따끈한 새 책이 있었으면 좋겠다.


출처 : 라이브러리&리브로 2010년 1월



※ 관련 글
    2009/07/02 - 우리 도서관 책 사는 얘기 - 도서관氏의 행복한 수다
※ 관련 없는 것 같으면서도 관련 있는 글
    2009/12/08 - 새 책과 친하게 지내면 병에 걸린다고? - 도서관氏의 행복한 수다



by 발광문정 & 보리차

* 이 글은 <라이브러리&리브로 2010년 1월호>에 기고한 글을 수정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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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1. 8. 10:45
 
"문화의 종합선물세트..??"

감  독 : 페드로 알모도바르
출  연 : 하비에 카마라, 다리오 그랜디네티, 레오노르 와틀링, 로자리오 플로레스..
제  작 : 스페인 (2002년)               상영시간 : 112분


  이
영화는 굳이 정리하자면, "식물인간이 된 발레리나와 여자 투우사를 간호하는 각각의 두 남자의 사랑이야기" 쯤이 될 것이다. 

  하지만, 줄거리 만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그 무엇이 있는데..
  뭐랄까, "문화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여하간, 볼거리가 풍성하다.. (^^;)


1. 흑백 무성 영화
 
  영화 중에 "영화 속의 영화(액자식 영화? 피카레스크?)"가 한 편 등장한다. 5분이 약간 넘는 정도의 분량인데, 제목이 <애인이 줄었어요>다. 압권 중의 하나라 할만하다. (^^;)

2. 스페인(??) 음악
  영화내내 스페인 계통(??)의 음악이 흘러나오는데, 선율이 나름의 편안한 느낌을 준다. 특히, 영화 중반부에 통기타를 들고 이상한 노래 - 제목이 <쿠쿠루쿠쿠 팔로마> 라고 한단다 - 를 부르는 할아버지 같은 분이 나오는데.. 그 아저씨가 '카에타노 벨로소' 라고 브라질을 대표하는 뮤지션이란다.

3. 현대 무용

  영화의 첫 부분과 끝 부분에 현대 무용극이 등장한다. <카페 뮐러>와 <마주르카 포고> 라고 하는데.. 세계적인 현대 무용가 '피나 바우쉬'가 직접 공연했다고 한다.

4. 여배우 한 명
 
  영화에서 '카타리나(여주인공 알리샤의 발레 스승)' 역을 맡은 사람이 전설적인 배우 '찰리 채플린'의 딸, '제랄딘 채플린' 이라고 한다.


  
# 동대문구정보화도서관에 오시면 이 영화를 보실 수 있어요.
단, "18세 관람가"이니 유의하세요. (ㅡ0ㅡ;;)

by 발광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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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1. 2. 09:17

새해 인사 ⓒ 동대문구정보화도서관 (디자인, 이상기)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12. 30. 16:18
시대의 사기꾼
사라 버튼 지음, 채계병 옮김/이카루스미디어



 이 책의 원제는 ‘타인을 사칭하는 사기꾼이나 협잡꾼’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Impostors”이다. 다양한 사칭 사기꾼 - 학력이나 신분을 속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일련의 사건들에 비겨 생각해봄직한 두어 가지의 화두를 던지고 있다는 점이 눈여겨 볼만하다.

 먼저, 작가는 우리가 상대방을 평가함에 있어 지나치게 “상징”에 의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고래로 우리에게 상대방의 신분을 확인함에 있어 확실한 물증이 되어주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복장이다. 이는 제도적으로 신분에 따른 복장이 통제되었던 까닭인데, 재미있는 것은 복장의 자유가 보장되고 있는 현대에도 어느 정도는 통용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가령, 병원에서 흰 가운을 입고 있는 사람을 만난다면 우리는 그 사람이 당연히 의사일 거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신분을 확인하는 또 하나의 상징은 문서인데, 복장과 더불어 위조와 변조가 어렵지 않아 쉽게 속일 수 있음에도 우리는 지나치게 맹신하여 속는다고 한다.

 또한, 우리 사회가 진정 능력으로 평가하여 평등한 기회가 주어지는가에 대해 물으며, 불평등한 기회를 가졌던 사칭자들의 예를 들고 있다. 물리학 교수를 사칭했던 ‘마빈 휴위’나 법학 및 신학 교수, 의사 등 다양한 사칭의 이력을 가진 ‘위대한 사칭자, 데마라’, 그리고 평생을 남자로 속이고 살았던 의사 ‘완벽한 남자, 제임스 배리’ 등. 그들은 비록 신분이나 경력은 속였을지언정 실력만은 속이지 않았다고 말한다. 단적으로 진실이 밝혀진 이후에도 주위의 사람들이 그들의 능력을 의심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들을 적극 옹호했다는 사실을 언급하고 있다.

 이 책에서 작가는 단순히 돈을 노린 낮은 수준의 사칭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지위나 명예, 혹은 개인의 성취를 목적으로 어쩔 수 없이(?) 사칭을 실행하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골라 모았다. 결과적으로 우리사회가 지나치게 학벌위주로 가고 있지는 않은지, 정당하게 능력으로 평가받아야 되는 것은 아닌지, 한 번쯤 되돌아보게 한다.

 글을 맺으면서 이중적 정체성을 가진 초인간적 영웅들도 일종의 사칭자들이라고 분석하고 있는 점은 꽤나 흥미롭다. 예를 들어, 네르디 신문기자 ‘클라크 켄트’를 가장한 슈퍼맨이나 존경할만한 백만장자 ‘부르스 웨인’이라는 가면을 쓴 배트맨, 사진기자 ‘피터 파크’의 신분을 가진 스파이더맨에 이르기까지 엄밀한 의미에서는 모두가 사칭자들이라는 것이다.


※ 이 책은 동대문구정보화도서관 종합자료1관(2층)에서 빌려 볼 수 있어요. <-- 클릭

by 발광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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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12. 30. 10:00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 옆구리가 시린 싱글들이여, 도서관으로 오라~!!"

도서관에 많이들 찾아오세요~!!
애틋한 마음을 담아 외로운 싱글들에게 삼가 이 글을 바칩니다. (-_-;;)


▲ Harris County Public Library : library love bumper sticker



1. 항상 그 자리에 있다.
- 애인은 항상 지멋대로 빨빨거리고 돌아다니지만,
- 도서관은 항상 그 자리에 있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볼 수 있다.

2. 교육효과(??)가 높다.
- 애인은 내 버릇을 고치기 위해 아무리 노력해도 결국은 실패하게 되지만,
- 도서관은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아도 나 스스로 공부하고, 변해가게 만든다.

3. (당신이 학생이라면) 친구가 많아진다.
- 애인과 지나치게 가깝게 지내다보면 친구들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지만,
- 도서관과 가깝게 지내면 친구가 줄어들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많아지기도 한다.

4. (당신이 학생이라면) 과제에 도움이 된다.
- 애인은 과제에 도움은 커녕.. 과제해야 하는데 놀아달래서 오히려 방해가 되기도 하지만,
- 도서관은 과제에 지대하고도 막대한 도움을 준다.

5. 밤 늦게 놀아도 된다.
- 애인이랑 밤 늦게까지 같이 놀면 걔네 아빠한테 딥따 혼나지만,
- 도서관에서 밤 늦게 놀면 울 엄마한데 완전 칭찬받고 용돈도 듬뿍 얻게 된다.

6. 다이어트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 애인이 살이 찌면 솔직히 좀 걱정이 되지만,
- 도서관이 살이 찐다면 이것은 오히려 축하 받을 일이 된다.

7. 가끔 미쳐도 괜찮다.
- 애인한테 미쳤다고 소문나면 친구들한테 딥따 욕을 들어 먹지만,
- 도서관에 미치면 친구들이 오히려 나를 존경(??)하게 된다.

8. 바람펴도 아무 말 안한다.
- 애인에게 딴 여자 만난 것을 들키게 되면 완전 죽일 놈이 되겠지만,
- 도서관은 내가 다른 도서관에 갔다왔다고 해서 화를 내거나 하지는 않는다.

9. 적어도 때리지는 않는다.
- 애인은 뭐가 마음에 안드는지 밉다면서 꼬집고, 할퀴고, 심지어 때리기까지 하지만,
- 도서관은 내가 뭔 짓거리를 한다고 해도 적어도 때리지는 않는다.

10. 차일 염려가 없다.
- 애인은 나를 버리지나 않을까, 차이지 않을까 전전긍긍 해야 하지만,
- 도서관은 내가 버리지 않는 한 나를 버리지는 않는다. 심지어 나중에 돌아가면 다시 받아주기까지 한다.


>>> 관련 글
도서관과 애인의 공통점 - http://dlibrary.tistory.com/164



by 발광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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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12. 29. 12:29

도서관은 왜 추울까? 혹은, 왜 더울까?



도서관 문이 열리고 한 시간이 지났을 즈음, 책을 읽고 있던 젊은 여자 분이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말을 건네 왔다.

“저… 조금 추운 것 같아요.”

그런가? 실내의 온도계를 보니, 눈금이 18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네…”


하고 말끝을 흐리며 돌아서는데, 나지막한 투덜거림이 뒤통수에 꽂혀왔다.


“세금 받아다가 어디다가 쓰는지 모르겠다니까.”


불쾌하고 억울한 기분이 가슴을 뚫고 지나갔다.


‘흠, 그렇게 추위를 느낄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다시 한 번 온도계를 쳐다봤다. 어제 내린 눈 때문인가 보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몸에 싸늘한 기운이 감도는 것 같기도 했다. 춥다는 데야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기관실에 근무하시는 김 주임님에게 전화를 했다.

“주임님, 난방을 틀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춥다는 분이 계시네요.”


언제나 그렇듯이 김 주임님의 대답은 시원시원하다.


“네, 그렇게 해드리죠.”


잠시 후, 더운 바람이 내려오는 소리가 천정으로부터 들려왔다. 그리고는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금방 훈훈해졌고 온기가 느껴졌다.


‘후후, 이제 춥다고 하는 사람은 없겠지?’


하고 생각하며, 내심 흐뭇해하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이번에는 나이가 지긋해 보이
는 남자 분이 오셔서는 얼굴을 찌푸렸다.


“실내가 너무 더운 것 같지 않습니까?”


아, 이렇게 난감한 일이 있을까?


“저… 사실은 아까 다른 분께서 춥다고 하셔서…”


하고 말을 꺼냈지만, 남자 분은 말허리를 자르며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외쳤다.


“아니, 지금 때가 어느 땐데… 에너지 절약을 해야 할 거 아냐. 이거 다 세금 낭비 아냐?”


헉, 답답한 기운에 숨이 턱 막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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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의 실내온도는 정해져 있다. 다만, 사람마다 느끼는 체감온도가 다를 뿐이다. 한 쪽은 춥다하고, 또 다른 한 쪽은 덥다한다. 그러면서 하나같이 먼저 꺼내는 세금 이야기. 내가 낸 세금 어디에 쓰는 거야, 혹은 내가 낸 세금 아껴서 써라. 도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하는 것일까? 도서관 온도
에 맞춰 자신의 체온을 조절할 수 있는 옷가지를 준비해 달라고 한다면, 이것은 무리한 요구가 될까?


 

* 이 글은 우리 도서관 이학건 사서가 <출판저널>에 기고한 글을 수정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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