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2. 29. 12:29

도서관은 왜 추울까? 혹은, 왜 더울까?



도서관 문이 열리고 한 시간이 지났을 즈음, 책을 읽고 있던 젊은 여자 분이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말을 건네 왔다.

“저… 조금 추운 것 같아요.”

그런가? 실내의 온도계를 보니, 눈금이 18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네…”


하고 말끝을 흐리며 돌아서는데, 나지막한 투덜거림이 뒤통수에 꽂혀왔다.


“세금 받아다가 어디다가 쓰는지 모르겠다니까.”


불쾌하고 억울한 기분이 가슴을 뚫고 지나갔다.


‘흠, 그렇게 추위를 느낄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다시 한 번 온도계를 쳐다봤다. 어제 내린 눈 때문인가 보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몸에 싸늘한 기운이 감도는 것 같기도 했다. 춥다는 데야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기관실에 근무하시는 김 주임님에게 전화를 했다.

“주임님, 난방을 틀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춥다는 분이 계시네요.”


언제나 그렇듯이 김 주임님의 대답은 시원시원하다.


“네, 그렇게 해드리죠.”


잠시 후, 더운 바람이 내려오는 소리가 천정으로부터 들려왔다. 그리고는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금방 훈훈해졌고 온기가 느껴졌다.


‘후후, 이제 춥다고 하는 사람은 없겠지?’


하고 생각하며, 내심 흐뭇해하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이번에는 나이가 지긋해 보이
는 남자 분이 오셔서는 얼굴을 찌푸렸다.


“실내가 너무 더운 것 같지 않습니까?”


아, 이렇게 난감한 일이 있을까?


“저… 사실은 아까 다른 분께서 춥다고 하셔서…”


하고 말을 꺼냈지만, 남자 분은 말허리를 자르며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외쳤다.


“아니, 지금 때가 어느 땐데… 에너지 절약을 해야 할 거 아냐. 이거 다 세금 낭비 아냐?”


헉, 답답한 기운에 숨이 턱 막혀버렸다.


-------------------------------------------------------------------------------------------


도서관의 실내온도는 정해져 있다. 다만, 사람마다 느끼는 체감온도가 다를 뿐이다. 한 쪽은 춥다하고, 또 다른 한 쪽은 덥다한다. 그러면서 하나같이 먼저 꺼내는 세금 이야기. 내가 낸 세금 어디에 쓰는 거야, 혹은 내가 낸 세금 아껴서 써라. 도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하는 것일까? 도서관 온도
에 맞춰 자신의 체온을 조절할 수 있는 옷가지를 준비해 달라고 한다면, 이것은 무리한 요구가 될까?


 

* 이 글은 우리 도서관 이학건 사서가 <출판저널>에 기고한 글을 수정한 글입니다.


이 블로그의 글이 마음에 드시면 RSS에 추가해 주세요~^o^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